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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진 뉴스레터] 오늘, 우리가 사는 공간의 가치를 고민하다 _ <알티비피 얼라이언스 (주) RTBP ALLIANCE> 김철우 대표

오늘, 우리가 사는 공간의 가치를 고민하다

<알티비피 얼라이언스㈜ RTBP ALLIANCE> 김철우 대표


사람은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사람의 공간에는 기억이 축적된다. 추억이 기록된 공간은 다시 우리에게 정서적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삶의 신선한 동력이 되곤 한다. 우리 일상과 맞닿은 공간, 최근 이러한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익숙함을 넘어 권태로운 공간에 오늘의 감성을 덧입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부산에서 가장 낙후된 공간 중 하나인 영도. 아직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낯설던 때부터 이 공간에 지속가능한 가치를 더하는 방법을 고민해 온 이가 있다. 알티비피 얼라이언스㈜의 김철우 대표이다.


Q. 알티비피 얼라이언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저희 알티비피 얼라이언스㈜(이하 알티비피)는 지역문화 콘텐츠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기술개발‧혁신과 도시문화혁신이라는 두 가지 큰 줄기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공간에 초점을 맞춰 도시문화혁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거 공간과 일하는 공간, 그리고 노는 공간 등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세 가지 형태의 공간에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려 한다.

우선 사람들이 머무는 주거공간과 관련된 작업으로 영도를 기반으로 도시재생과 마을 활성화에 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산업 측면에서 영도지역의 많은 조선, 제조업체가 불황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 상황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는 대안으로 메이커스페이스를 기획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쉼을 누리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복합문화공간 ‘끄티(GGTI)’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선박용 발전기를 제작하던 수변공간에서 설치, 공연, 전시 등 다양한 예술문화 콘텐츠 등을 선보이고 있다.


Q. 굉장히 세분화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언제부터 이러한 사업을 구상하게 된 것인가.

처음부터 이런 형태의 사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든 먼저 ‘사람들에게 어떤 니즈가 있을까’를 확인하고 공감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일을 시작하면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되는 경우가 있고, 일종의 캠페인이 되거나 때로는 개인적인 취미로 머물 때도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되는 과정이자 캠페인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아직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이 일을 구상한 건 15년가량 됐고,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기 시작한 건 불과 4~5년 정도다. 사업화 준비에 10년 정도 걸린 셈이다. 저는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관련 기관과 기획자, 엔지니어 그리고 사용자 등 이해관계 주체들이 서로의 필요를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본을 준비하는 데 10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사업 영역에서의 평판이나 경험도 필요했고. 그런 시간을 거쳐 ‘돌아와요, 부산항에(Return To the Busan Port)’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알티비피(RTBP)는 첫 글자를 땄다.


Q. 15년 전에는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생소했는데, 사람들의 어떤 니즈를 읽어낸 것인가.

제가 어떤 니즈를 읽어냈다기보다는, 사회 현상의 과정은 대부분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무언가가 과하면 반대로 어딘가에는 반드시 결핍이 생긴다는 거다. 사회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고, 일을 많이 하게 되면 사람은 자연스레 충분한 쉼을 필요로 한다. 당시는 제조업이 활발했던 시절이라 사람들이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없었다. 오히려 일손이 모자랐던 시기였고, 쉬는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던 때였다. 당시 제 눈에는 사람들이 제대로 여가를 활용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잘 없어 보였다. 특히 우리 사회의 ‘노는 문화’가 너무 향락에 치우쳐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갈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주변에도 그런 목마름이 있었다.


Q. ‘사람들의 니즈’를 먼저 파악해야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많은 창업가들이 시장의 니즈를 잘 읽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우선 마인드나 시각을 열어야하지 않을까. 자꾸 다른 시각으로 보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파이를 나눠먹는 게 아닌, 같이 파이 자체를 키우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또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미니맵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승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큰 그림을 떠 올리면서 국지전을 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까지 남들이 하던 대로 하는 게 아닌, 전체 흐름 속에서 스스로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걸 시도하고 연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겪는 실패는 결국 성취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그러한 실패가 권장되는 사회가 될 거라 본다. 실패해보고 배우는 과정을 많이 겪을수록 좋은 기업, 좋은 인재로 성장한다. 저도 아이를 키워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더라.



Q. 특별히 영도라는 공간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면.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배를 타시다가 하선 후에 선용품 가게를 하셨다. 아버지 가게가 영도에 있어 제게 영도는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대학 졸업 후 아버지를 뵈러 가는데 영도가 어린 시절 봤던 것과 다르게 다가왔다. 너무 멋있고 이국적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영도의 진면목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당시 내가 뭔가 일을 한다면 꼭 여기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후 10년 넘게 영도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레 이곳의 숨은 매력이나 생활상을 알게 됐다. 영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시와는 다르게 유니크하면서도 에너지가 있는 곳이다. 섬이다 보니 지리적으로 자치성을 띄고 있고, 피란민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지역민들이 모여들었다. 그래서 영도에는 다른 지역 향토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런 다양성이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게 굉장히 큰 매력이다. 사람이 평온할 때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긴장 상태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있지 않나.


Q. 로컬문화공간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성과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사회를 누군가 만들어주길 기다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주의에 대한 회의 같은 거랄까. 국가라는 조직이 의사결정 구조 상 개개인의 삶의 질을 미리 알고 선제적 대응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대의정치를 통하든지, 아니면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도시전술:즉시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를 통한 자발적이고 실천적인 도시계획이론)을 통해 뭔가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든지 시민의 의사를 표현하는 두 가지 방식 중 저는 두 번째를 택했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주변 반응은 호불호가 있다. 그러나 분명 조금씩 주변 공간이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Q. 우리 사회나 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야한다고 생각하나

‘인생이나 사회가 이래야만 한다’는 어떤 꼴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를 비롯해 모든 사회가 마찬가지다. 어떤 모습이 종착지도 아니고, 모든 게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이 진화의 과정이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삶의 방향성이다. 우리는 완성된 꼴을 다 모른다. 어느 상황을 정이라고 보면, 반이 생겨나고 그 대안과 융합하는 것이 진화의 과정이다.

저는 사회의 중요한 가치가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성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다소 모자랐다. 다양성이 사라지면 사회는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된다. 획일화로 일어나는 비효율이 굉장히 크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회적 자산이 사라지는 거니까. 다양성이 무조건 확보되어야한다는 말이 아니다. 먼저 사회의 다양성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성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찾아보고 바른 방향으로 가는 시도를 지속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언젠가 제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 더 좋은 방법으로 우리 삶의 질이 높아지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Q. 지역의 문화 창업기업가들에게 동참의 한 마디를 하자면

저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동력 없이 다른 사람들의 동참을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첫째는 이 방향에 대한 사회의 니즈가 있어야하고, 그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이 뒤따라야한다. 다양한 가치를 이끌어내면 그 가운데 새로운 가치가 생겨난다. 시장에서도 스타트업이 고객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든다면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위주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좋은 시도지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스타트업의 몫이라 본다. 게다가 그것이 사회적 가치를 가진 것이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물론 경제적 부분이 중요하지만, 지금 시대의 기업 가치는 사회적 의무를 얼마나 이행하느냐도 포함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로컬문화혁신에 함께 하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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