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일상 속에서 찾아보는 영도의 미래

일상 속에서 찾아보는 영도의 미래

김철우 알티비피얼라이언스 대표


복합문화공간 끄티

어떤 지역의 미래를 추측해본다는 건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다.

한 사람의 앞날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데 수많은 요소의 유기적 집합체인 지역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부의 의견으로 지역의 미래가 특정되어 기정사실 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지역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시선으로 지역의 청사진을 그려보고 생각이 모이는 점을 찾아야 한다. 각자의 정성과 시간을 쏟는 과정이 더 자주, 더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우리가 원하는 삶에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영도는 2000년대 초반까지 조선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침체기를 맞으면서 조선소와 공장들이 비게 되었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되었다. 이렇게 영도는 인구가 줄면서 공·폐가율과 고령화율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최근 영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문화도시, 쇠퇴공업 지역 활성화 시범지구 등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영도의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코로나로 주춤하긴 하지만 영도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새로운 청년 세대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도 유입되고 있어서 지역의 변화를 위한 에너지가 생긴 셈이다. 이런 변화의 시작점에서 영도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은 단연코 사람과 환경이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위해 지역 공동체의 삶을 중심으로 환경, 그리고 그들이 일궈 나가는 경제적 가치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우선 환경적 측면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항만과 바다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으로 회복되어 주민들의 삶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

영도는 섬이라는 특성상 어느 곳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바다를 접할 수 있지만, 실제 주변을 둘러보면 산업시설의 높은 담벼락으로 수변 공간을 볼 수 없다. 시민들이 바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며 시설물 또한 낙후되고 안전 문제로 대부분 출입이 제한적이다. 방치되어 있는 조선소와 창고 등 산업시설을 재정비하여 시민들의 위한 친수공간으로 활용한다면 항만 특유의 분위기와 스토리까지 어우러질 것이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알티비피얼라이언스에서는 2018년 항만 물류창고를 개조해서 영도구 청학동에 <복합문화공간 끄티>를 오픈했다. 지금까지 50회가 넘는 전시, 공연,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최근에도 영화, 방송 촬영과 작가들의 전시, 공연을 위한 의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끄티에서 진행된 오디오 비쥬얼 공연 그리고 워크숍

바다의 자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우리에게 해양오염과 해양생태계 파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영도의 바다를 보면서 요트 디자이너나 해양생물 과학자, 서퍼가 되는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는 바다가 기피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현대 산업 성장 과정에서 환경 훼손과 오염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바다와 그 생태계도 숨을 쉴 수 있도록 되살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적 측면을 보자. 영도는 전통적인 항만 물류 배후도시에서 점차 다양성과 개방성을 중심으로 한 문화 콘텐츠와 비즈니스 플랫폼 타운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다. 영도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 수용소가 있었고 산업화 시기에는 조선소로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유입됐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와 외국 선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과 사람, 그리고 문화가 뒤섞여 충돌하고 융합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독특한 생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스쳐에서 진행된 양조 워크숍, 영도브루어리 맥주 3종


동시대의 흐름으로 보면, 뉴욕의 <브루클린 테크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는 쇠퇴한 항만을 중심으로 테크 스타트업 지구, 문화 콘텐츠 지구, 주거 지구를 삼각 구도로 조성하였다. 로테르담의 친환경 소셜벤처 센터 <블루시티>는 폐업 후 방치된 워터파크 내부에 재활용 순환 경제 시스템을 적용하였다. 자원 낭비 ‘0’에 도전하며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Keep Portland weired'라는 슬로건 아래 괴짜가 대우받는 포틀랜드에서 ‘Unfuck the world'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패션 브랜드 <나우> 그리고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까지. 전 세계적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적 개방성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추구하는 도시와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영도만의 뚜렷한 색깔과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야말로 특별한 경쟁력이자 소중한 자산일 테다. 영도의 자산을 적극적 활용하여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고 영도만의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진다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알티비피얼라이언스는 2022년 봄 <영도물산장려회관>이라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영도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약 삼천여 건의 지역 자산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였다. 그리고 지역 크리에이터 100여 명을 소개하고 연결하는 에이전시 기능도 마련하였다.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 언제 어디서나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 비주류 문화의 성지, 매일 앞마당처럼 접하는 산과 바다, 항만시설 내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 이런 키워드로 영도의 미래를 설명해볼 수 있겠지만, 결국 영도의 미래는 ‘어떤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라는 사회적 측면에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것과 그 속에 담긴 세월의 이야기로 삶의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테면 다양한 이웃들과 연대하면서 생겨나는 힘으로 자기 주변 문제의 실마리를 찾거나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가면 우리 동네의 골목 생활권으로도 제법 근사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따뜻한 관계들을 도시의 미래 계획에 활용한다면, 영도는 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는 곳, 누구든 생활 속에서 가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영도를 꿈꾼다.



사진제공. 알티비피얼라이언스


*본문 출처 : 다리너머영도 http://yd-zine.com/bbs/board.php?bo_table=culture03&wr_id=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