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를 재탄생시킬 이들의 실험장 '플랫폼135', '끄티'
_남포 가는 길목으로 무심코 지나던 청학동은 딱딱하고 들를 곳 없는 장소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용접 소리, 시끄럽게 돌아가는 기계의 소음을 따라 항만이 보이는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뜻밖에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는 미술작품이 전시되고, 테크노 음악이 새어 나오는 공연장이 숨어있다. 아이디어만으로 가득한 혁신가들이 만든 새로운 둥지를 찾아가봤다.
얼라이언스를 위하여!
_산업단지 중간인 해양로 110번지, 그곳이 영도를 새롭게 할 아이디어로 뭉친 젊은이들의 아지트가 존재한다. 바로 ‘알티비피 얼라이언스(이하 알티비피)’가 그 주인공이다. 알티비피는 영문 RTBP, Return To Busan Port의 준말이다. 알티비티는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새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모인 지적 자본 중심의 ‘얼라이언스’, 연합이다.
_알티비피는 주로 ▲도시재생 ▲공간 기획 ▲문화 콘텐츠 기획 ▲기술개발혁신 ▲인큐베이팅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다양한 스타트업과 연합하여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알티비피의 김철우 대표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점차 사업의 범위가 넓어졌다”며 “다양함과 사업을 실행시키는 빠른 결정력에서 알티비피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답했다. 현재 알티비피 안에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플랫폼135’와 미디어아트 플랫폼인 ‘끄티’를 필두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뿌리내리고 있다. 최근 끄티에서는 ‘EARTH AND FLAME’라는 제목으로 현대무용 공연이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선박 조선소? 아니 문화 조선소!
_알티비피의 플랫폼 중 하나인 끄티는 미디어아트와 도시재생 분야를 담당한다. 실제 끄티는 중소 조선소와 각종 항만 제조공장들 사이 한 블록 거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장 입구에 걸려있는 명패가 없다면 누구도 잘못 찾아온 줄 알고 되돌아갈지 모른다. 도산한 공장은 이제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전시장으로 재탄생되어 많은 청년에게 영감을 실현하는 장이 되고 있다.
_공장을 들어서면 입구부터 설치미술품이 자리한다. 오래된 공장을 배경으로 부산항을 바라볼 수 있으며 다른 미술관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11월, ‘FRACTURING’이라는 제목으로 설치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여상희 작가는 “끄티는 부산의 정체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며 “지금은 많이 쇠락했지만 번창했던 조선소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거대하고 거친 공간이 창작 활동을 하는데 무궁한 영감을 준다”며 끄티의 매력적인 점을 뽑았다.
_끄티는 올해 5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9개의 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12월 목표로 새로운 프로젝트가 계획 중이다. 알티비피의 크리에이티브 감독인 채드 김은 “공장용지에서 오는 오래된 역사가 끄티의 매력”이라며 “많은 사람이 찾아와 서로 같은 경험을 나누었으면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우리들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_한편 알티비피의 중심인 ‘플랫폼135’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자처한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는 스타트업 회사들이 신경을 쓰기 힘든 회계부터 투자부문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 및 조언을 주는 역할이다.
_현재 플랫폼135에 입주한 스타트업 기업은 총 4개가 있다. 이들은 ▲재활 치료 ▲수상스포츠 ▲도시농장 ▲태양광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김 대표는 “서로의 목표가 동일하고 여건만 맞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회사의 프로젝트가 여기서 많이 시작된다”고 플랫폼135에 대해 소개했다. 실제로 알티비피의 첫 프로젝트, 선박을 만들며 생긴 금속 폐기물로 가구를 만드는 프로젝트 ‘리본’은 여기서 태어났다.
_하지만 이런 플랫폼135는 사실 불행으로부터 시작됐다. 조선 기자재 제작이 주 업무였던 김 대표의 회사에 조선 불황이 찾아왔다. 이와 동시에 회사의 일감이 줄어들자 빈 사무실과 공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고심 끝에 남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창작 환경이 필요한 스타트업 기업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그렇게 플랫폼135가 만들어졌다.
_스타트업 기업을 사무실에 입주시키니 같은 공간을 함께 쓰며 서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아이디어가 많아지게 됐다. 또한, 기획한 프로젝트 중 혼자 창작해내기 힘든 것들은 협업을 통해 해결했다. 실제로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 ‘JET CURL’은 전동 서프보드로 플랫폼135에서 설치된 3D 프린터, CNC 기기 등 다양한 기기들을 활용하여 제작했다.
이 회사는 해대생이 필요해요
_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 알티비피는 우리대학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우선 김 대표가 우리대학 대학원 해양건축공학과에 재학 중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알티비피는 컴퍼니비와 함께 공동 기획·주관한 '어반테크 메이커스 워크숍'을 지난 1월 30일 우리대학 국제교류회관에서 열기도 했다.
_김 대표는 “끄티를 만들며 해양대생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알티비피 중 플랫폼135를 통해 금전적인 지원은 어렵겠지만, 프로젝트에 필요한 공간이나 기기가 있으니 서로 합의만 하면 언제든지 환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양대생에게 플랫폼135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치는 실험실과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다”며 협업을 희망했다.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_언뜻 보면 문어발 사업 확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티비피의 사업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런 다양한 프로젝트들은 도시환경의 혁신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알티비피의 고민을 지속하여 딱딱히 굳은 영도를 재탄생시킬 기회를 만들어내고 싶다”며 강한 포부를 보였다. 영도에 불어올 새로운 바람인 이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저작권자 © 한국해양대학교 언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留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