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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러] 과거라는 새로움, 뉴트로 공간 5곳_끄티 GGTI

요즘 핫 플레이스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와 오래된 공간이 어우러진 ‘뉴트로’의 향연이다. 어른에게는 옛 기억을, 젊은이들에게는 전에 없던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서울 성수동과 문래동 일대를 시작으로 공장이나 창고를 재생한 카페와 복합 문화 공간이 줄이어 등장했다. 영국의 테이트모던이나 발틱현대미술센터처럼, 곳곳에 숨겨진 보물로 자리하는 근대 건물을 갈고 닦아 되살린 공간들이 등장하면서 뭐든지 싹 갈아엎던 우리 도시도 전통이란 걸 지니기 시작했다는 반가움이 앞선다. 최근 서울시는 82년 전 문래동에 문을 연 밀가루 공장 ‘대선제분’을 내년 8월까지 전시와 공연, 카페와 숍, 공유 오피스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데 함께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비단 서울뿐 아니라 인천, 부산, 제주 등 여러 지역에서 활발하게 시도되는 재생 공간은 압도적인 규모에 지역색을 담아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가게 만든다. 시간을 머금은 생김새에 한 번, 과거와 현재의 묘한 조화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뉴트로 스폿들. 공간이 지닌 옛이야기, 켜켜이 쌓인 시간의 기록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버려진 폐선박 자재를 활용해 화려한 조명을 연출한 끄티의 내부

전시장이 된 바닷가 옆 공장 끄티

항구도시 부산의 원형을 간직한 채 오래된 선박 공장과 조선소가 즐비한 영도. 조선업이 쇠퇴함에 따라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들만 남은 이곳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바닷길 끝에 자리해 ‘끄티’라는 이름이 붙은 복합 문화 공간 때문. 지역 스타트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 콘텐츠 기획 플랫폼 알티비피(RTBP, Return to Busan Port)의 김철우 대표가 1979년에 지어진 공장을 개조한 곳이다. 한때 선박 기자재를 만들던 공장의 간판이 그대로 달려 있을 만큼 해묵어 보이지만 매일같이 전시, 공연, 메이커 활동을 위한 워크숍, 미디어 실험 등 새롭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어요. 어떻게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나요? 저는 기획자로 일하면서 선박 엔지니어링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점심시간마다 공장 주위를 산책했는데, 어느 날 공장이 문을 닫은 걸 알게 되었죠. 이후 매일 방문하며 어떻게 공간을 활용할지 상상해왔어요. 늘 지역과 사회,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하고 싶었던 제가 고향으로 돌아와 꿈을 구체화한 공간이에요.


틈날 때마다 오래된 가옥과 조선소를 돌아다니며 소품을 모으는 김철우대표

한때 항만 물류 창고와 선박 자재 공장이었던 끄티의 외관은 옛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해양 장비를 개발하는 일과 문화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영화연출을 전공해 미디어 아트에 친숙하기도 했고, 고향인 부산의 조선업이 침체되어 어려워진 분위기도 안타까웠죠. 사람들을 모으고 활기를 돋울 수 있는 예술 활동을 기획하고 싶어 예술가, 지역 주민들과 만나며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그 결과 영도 봉산마을 도시재생사업지의 민간 총괄 디렉터를 맡게 되었죠. 아이가 생기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욕심과 책임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된 이유도 있어요. 지속적으로 다음 세대까지 누릴 수 있는 커뮤니티와 공간이 늘었으면 했죠.


인상 깊었던 방문객이 있나요? 이 근처 공장은 다 구조가 비슷해요. 텅 빈 창고에 기기나 장비가 쌓인 형태죠. 바로 옆 공장의 사장님을 초대해서 비주얼 아트 공연을 보여드렸더니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던 어두컴컴한 공장이 작품으로 채워진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셨어요. 농담 삼아 본인 공장도 이렇게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지역이 조금 더 다양해질 수 있는 가능성처럼 느껴져서 기뻤죠.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이나 오브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낡은 기계를 보면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떠올라요. 한때는 5대양 6대주를 누비던 엔진과 기계들이거든요. 제작 오류로 버려지는 선박 자재나 기기들을 활용해 테이블을 만들기도 하죠. 이곳에서 열리는 설치미술 전시, 미디어 아트, 제작 워크숍 등 많은 프로그램이 모두 이런 과거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 스타일러 주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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